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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써마스비

by 엑상프로방스 2025. 5. 28.

출처 네이버

 

1993년작 영화 써 마스비(Sommersby)는 조디 포스터와 리차드 기어의 조합만으로도 회자되지만, 그 깊이 있는 감정선과 시대적 배경, 특히 여성이 처한 심리적 갈등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프랑스 영화 ‘미틴기어의 귀향’(The Return of Martin Guerre)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이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여인이 남편이라 주장하는 남자를 받아들이며 겪는 혼란과 변화된 사랑을 다룹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영화를 여성의 시선, 심리적 흐름에 초점을 맞춰 분석합니다.

 

조디포스터의 감정 연기와 여성의 내면

 

써 마스비에서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로렐은 단순한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아닙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과 아이를 지키며 살아가던 중,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온 남편(혹은 남편인 척하는 타인)과 다시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그녀의 내면은 복잡합니다. 눈앞의 인물이 정말 남편인지 의심하면서도, 과거의 폭력적이고 냉담했던 남편과는 전혀 다른 자상한 모습에 끌리게 됩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진짜보다 더 나은 거짓’을 받아들이는 심리, 그리고 다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단순한 애정이 아니라 생존, 희망, 현실의 절충입니다.

 

포스터는 로렐의 모순된 감정과 갈등을 눈빛, 제스처, 대사 톤으로 섬세하게 표현하여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그녀의 눈빛은 두려움과 갈망, 안도와 불신이 혼재된 감정의 격랑을 그대로 전하며, 로렐이라는 인물의 인간성과 현실성을 부각시킵니다.

 

리차드기어가 그리는 ‘이상적인 타인’

 

리차드 기어가 연기한 써 마스 비는 ‘진짜 남편’인지 아닌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인물은 관객에게 “누가 진짜인가”보다 “무엇이 진짜 사랑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는 과거의 써 마스비와는 전혀 다른 인격체로, 지역사회의 편견을 깨고 흑인들을 존중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겸손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로렐의 입장에서 이 남자는 그녀가 꿈꾸던 ‘이상적인 남성상’이며, 단지 현실에서 찾지 못했던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사랑이 정체성보다 관계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로렐은 점차 그가 진짜 남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기로 선택합니다.

 

이는 여성 심리에서 진실보다는 감정적 안정, 그리고 나를 바라봐 주는 시선에 더 중점을 둔 선택이며, 그 당시 여성들이 가부장제 속에서 찾는 희미한 주체성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로렐이 마지막 재판 이후 감옥으로 향하는 써 마스비를 바라보며 아들에게 “저분이 너 아버지란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단순한 정체성 선언이 아닙니다.

 

진짜 남편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는 로렐이 그를 ‘아버지’로 인정한다는 말은, 생물학적 사실보다 더 중요한 정서적 유대와 선택된 가족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그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로렐의 선언인 셈입니다.

 

이는 당시 여성들이 현실 속에서 사랑과 진실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했는지를 상징하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사람’에 대한 감정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진실의 본질과, 인간관계의 본모습에 대해 되돌아보게 합니다.

 

실화 기반 리메이크, 여성의 시선으로 보는 재구성

 

써 마스 비는 단순히 프랑스 영화의 리메이크를 넘어, 미국의 역사와 감정 코드에 맞게 재해석된 작품입니다.

 

원작인 ‘미틴기어의 귀향’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관념이 아니라 실제 여성들이 겪어온 혼란, 희망, 희생을 반영합니다. 남편이 맞는지 아닌지를 놓고 법정까지 가는 과정, 공동체가 여성을 향해 품는 불신,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여성이 느끼는 복합 감정은 모두 당대의 억압적인 현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 써 마스 비는 로렐의 아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죽음을 택합니다.

 

로렐은 진짜 남편이 아니었음에도 그를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그에 대한 기억으로 살아갑니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여성의 정체성과 감정, 그리고 ‘선택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여성 주체성 담론과도 맞닿아 있어, 이 영화를 여성의 시각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써마스비는 단지 과거의 고전 멜로드라마가 아닙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메이크작으로, 여성의 심리와 선택을 중심에 둔 복합적 이야기입니다.

 

조디 포스터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리차드 기어의 이상화된 캐릭터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존재와 진실, 사랑과 선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전달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충분히 다시 볼 가치가 있는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