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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보내지 못한 부모, 더 키핑 아워스 이야기

by 엑상프로방스 2025. 5. 21.

영화: 더 키핑 아워스(2017)

 

 

2017년 공개된 심리 스릴러 영화 *더 키핑 아워스(The Keeping Hours)*는 단순한 유령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밀도는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특히 감독 카렌 모나한과 배우 리 맥스웰, 캐리 쿠운이 보여주는 감정선은 깊은 몰입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속 아들 제이콥과 부모의 관계는 죽음을 넘어선 사랑과 그리움, 후회의 감정을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전한다.

 

이 글에서는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전한 제작 뒷이야기와, 작품에 담긴 감정선과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 영화를 조명해 본다.

 

감독이 말한 "죽음 이후에도 남는 감정"

 

더 키핑 아워스는 감독 카렌 모나한이 실제로 유산을 경험한 후 구상한 시나리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 특히 부모의 죄책감과 그리움이 현실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영화로 풀어냈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유령 이야기로 보지만, 저는 감정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떠난 아이에 대한 사랑이 현실 너머에서 이어진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죠.” 그녀의 이 말처럼, 영화는 공포의 요소보다 감정의 진폭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속에서 아들 제이콥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시간의 틈을 뚫고 돌아온다. 그리고 부모에게 말을 건네며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메시지는 단순하다.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요.” 감독은 유령의 존재를 ‘미련’의 시각에서 풀어내며, 제이콥이 이승에 남은 이유는 오직 부모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라는 설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된 부분이라고 한다. 실제 인터뷰에서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뒤, 그가 잠시라도 돌아와서 내게 ‘괜찮아’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를 고민하며 썼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관객들 역시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가슴 깊은 위로와 공감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연기하며 느낀 실제 감정

 

리 맥스웰(마크 역)은 극 중에서 아들을 떠나보낸 후 이혼까지 겪은 아버지를 연기한다.

 

그의 연기는 억눌린 감정과 후회의 결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연기라기보다 치유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촬영 중 아역 배우와 감정적으로 깊이 교감하게 되었고, “마치 진짜로 누군가를 떠나보낸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의 귀신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대사를 외우지 않고, 실제 감정 흐름에 따라 연기했다고 한다. 캐리 쿠운(에이미 역) 역시 영화 내내 복합적인 감정을 오가며 깊은 몰입을 보여준다.

 

죄책감, 분노, 슬픔, 그리고 마침내 용서로 이어지는 감정선은 그녀의 연기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였다. 특히 제이콥과 함께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실제로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엄마라는 역할은 언제나 감정적이다. 아이가 나타나 용서를 구하고, 나 역시 아이를 용서하는 이 장면은 내게 있어 하나의 정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 모두 이 영화를 단순한 작품이 아닌, 실제 감정을 담은 ‘경험’으로 여겼다.

 

그래서 관객들도 영화 속 인물과 함께 울고, 웃고, 후회하며, 마침내 용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더 키핑 아워스는 그런 의미에서 ‘연기’를 뛰어넘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아들 제이콥의 존재가 전하는 메시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은 ‘제이콥’이다. 그는 단순한 유령이 아니라, 감정의 화신이다.

 

제이콥은 부모가 서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자신에 대한 죄책감에 묶여 있다는 것을 알고 이승에 남는다. 그는 엄마 아빠가 다시 대화하게 만들고, 함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서서히 과거를 마주하게 한다.

 

그가 존재하는 한, 부모는 회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마침내 진정한 이별과 치유가 가능해진다.

 

감독은 제이콥의 존재를 “아이의 영혼이 아닌, 남겨진 사랑의 잔재”라고 표현했다. 그는 부모의 감정이 정리되지 못한 채 남은 공백을 채우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제이콥이 엄마 아빠 걱정 때문에 하늘로 가지 못하는 상황을 그리고, 부모는 ‘유령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제이콥을 붙잡는다.

 

이 절절한 교차는 관객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결국 ‘누구나 가슴속에 유령 하나쯤은 안고 산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련, 그리움, 죄책감 등 이름은 달라도 그것들은 모두 사랑의 다른 얼굴이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어떻게 놓아줄 수 있는가, 그것이 곧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이별은 잊음이 아닌 이해와 용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전하고 있다.

 

더 키핑 아워스는 단순한 심령 스릴러가 아니라, 상실을 다루는 섬세한 감정 영화다.

 

감독과 배우들의 진심이 담긴 연기와 연출은 관객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아들 제이콥의 존재는 단순한 귀신이 아니라 부모와 관객의 감정 속 ‘미련’과 ‘사랑’ 그 자체이다.

 

이 영화를 통해 아직 정리하지 못한 감정이 있다면, 잠시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