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상이 구텐베르크라고?”
처음엔 솔직히 별 감흥 없었습니다. 여행 중에 종종 마주치는 동상들 중 하나겠거니 했거든요.
하지만 빌딩 숲 사이 우뚝 서 있는 그 모습엔 묘한 위엄이 있었습니다.
중세의 지식인이 현대의 도시를 뚫고 나와, 말없이 ‘왜 글을 남겨야 하는가’를 말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순간, 어릴 적 내가 처음 책장을 넘기며 설렜던 그 기분이 스쳐 지나갔죠.
책 한 권이, 세상을 바꿉니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 쉽게 접하는 책, 블로그, SNS. 이게 가능해진 건 사실 구텐베르크 덕분이었죠.
금속활자를 발명하면서 ‘정보의 민주화’가 시작된 거니까요.
지식이 더 이상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 된 거예요.
그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친구에게 고소당하고, 발명품 특허도 못 챙긴 채 인생의 말년은 쓸쓸했죠.
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구텐베르크 성경’**이라는 세기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인생에서 뭔가 꼭 해내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비록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아도, 그 과정이 진짜 중요한 거예요.
프랑크푸르트, 과거와 미래가 어깨동무하는 도시
프랑크푸르트를 걸어보면 독특한 균형감이 느껴집니다.
초고층 유리 빌딩과 중세 석조 건물이 한 프레임 안에 나란히 서 있어요.
특히 Römer 광장은 꼭 들러보세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목조 건물들과 작은 분수, 카페들이 어우러져 한가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죠.
마치 시간의 속도를 살짝 늦춰놓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뜻밖의 마무리는 ‘팍초이’
하루 종일 걷고 또 걷다가, 지쳐 있던 참에 딱 눈에 들어온 간판 하나.
“팍초이 PAK CHOI”
“어? 여기 혹시 그 유명한 중식당 아니야?” 했더니, 맞더라고요.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 소문난 맛집이자, 현지인들도 줄 서는 곳!
들어가서 시킨 메뉴는 마파두부 + 꿔바로우 + 공깃밥 조합.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기서 마파두부를 이렇게 제대로 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입에 넣자마자 매콤하고 고소한 향이 확 퍼지고, 촉촉한 두부가 입안에서 녹더라고요.
그리고…
꿔바로우. 이건 정말 꼭 드셔야 합니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 숨겨진 촉촉한 돼지고기,
그리고 입안에서 ‘톡’ 하고 퍼지는 새콤달콤한 소스.
한 입 넣자마자 그간의 피로가 ‘슥’ 하고 사라지는 기분.
팍초이에 갔다면 꿔바로우는 무조건입니다.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축복 같은 맛이에요.
글을 쓰는 이유는 결국, 나를 남기기 위해
그날 하루는 이상하리만큼 완벽했어요.
구텐베르크 동상 앞에서 지식의 의미를 되새겼고,
중세 광장에서 여유를 마셨고,
‘팍초이’에서 따뜻한 식사로 마음까지 채웠죠.
우리는 누구나 ‘작은 구텐베르크’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글을 남기고,
내일 누군가의 삶에 향기를 불어넣을지도 모르는 존재.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한 입의 꿔바로우’ 같은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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