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아침, 나는 마르세유를 떠나 엑상프로방스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르세유의 푸른 지중해와 다르게, 이곳 엑상은 오랜 시간 그대로 멈춘 듯한 여유와 따뜻함이 스며 있다.
🍃 엑상의 공원에서 느낀 '쉼'이라는 감정
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은 초록이 가득한 공원이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들판, 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이곳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죠.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노부부, 바닥에 누워 햇살을 만끽하는 사람들.
한국의 바쁜 일상 속에서는 보기 힘든 여유로움이 이 도시에 가득합니다.
저도 괜히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봤어요.
‘이게 진짜 휴식이구나’ 싶었죠.
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연중 온화한 날씨, 깨끗한 공기, 문화적 풍요로움 덕분에 "프랑스 속의 토스카나"라는 별명도 있죠.
조용하고 품격 있는 삶을 원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도시, 그 중심에 바로 이 공원이 있습니다.

🕊️ 성령 교회(Eglise du Saint-Esprit), 빛이 머무는 곳
걷다 보니 조용히 문이 열린 성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령 교회(Eglise du Saint-Esprit).
18세기 초, 엑상 구시가지(Old Town) 중심 골목 안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이 교회는 지역민들에게 오랫동안 신앙의 중심이 되어왔습니다.
이곳은 1706년부터 1728년까지 약 20년간 지어졌으며, 프랑스 종교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건물 외관은 수수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높은 천장과 웅장한 아치, 그리고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우러져 조용한 감동을 줍니다.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타고 들어오는 순간, 성당 내부는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 찼죠.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리는 노신사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경건함과 고요한 위로가 전해졌습니다.
그 순간, "이 여행을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엑상프로방스, 폴 세잔의 숨결이 깃든 도시
성당에서 나와 구시가지 골목을 걷다 보면, 'Paul Cézanne 생가', 그의 아틀리에, 산책로 등
도시 곳곳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세잔의 아틀리에(Atelier Cézanne)는 예술 애호가들이 꼭 찾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그가 그림을 그리던 책상과 팔레트, 당시의 채광 창문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의 작품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죠.
세잔이 사랑했던 '생트빅투아르 산(Montagne Sainte-Victoire)'도 엑상에서 차로 15분 거리.
세잔의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짧은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 이 도시의 향기를 간직하는 방법 – 엑상의 비누
엑상프로방스는 원래부터 향수와 비누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광장에서 만난 로컬 마켓에서는, 직접 만든 수제 비누와 화장품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어요.
상인은 아주 부드럽고 친절한 미소로 설명해 주셨죠.
"이 비누는 라벤더, 저건 로즈마리, 이건 오렌지 블로썸이야. 모두 엑상 인근에서 추출한 천연 오일이 들어 있어요."
엑상에서 비누가 유명한 이유는 이 지역이 프로방스 라벤더 생산지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부터 수공예 비누 제작 전통이 깊어, 프랑스 전역에서도 품질 좋은 비누를 만들기로 소문난 곳이죠.
고급 스파 브랜드들도 이 지역 비누를 원료로 사용할 정도니 그 품질은 말할 것도 없어요.
💡 현지에서 인기 있는 비누 구매 팁
- Savonnerie de Provence 부스는 오전 9시부터 문을 열며,
오전에 방문하면 향이 가장 진하고, 신상품이 많습니다. - 1개 4유로, 3개 10유로 패키지 구성도 있으니 묶음 구매 추천!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 하루는 제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조금만 속도를 늦춰도,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일거야.”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더라도, 가방 안에 담긴 라벤더 비누 하나가 이 따뜻한 도시를 매일 떠올리게 해 주겠죠.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히 소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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